FC서울 팬 폭행 당하는데, 환호한 수원 삼성 팬들…'이 경우'라면 방조죄로 같이 처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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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2-09-14본문
경기 보러온 FC서울 팬 상대로 폭력 행사⋯"들어 올리다 놓쳤다" 해명했지만
폭행죄는 물론 최대 상해죄까지⋯'이 경우'라면 방조한 사람들까지 책임져야
지난 19일, 국내 프로축구(K리그)에서 오랜 라이벌 역사를 자랑하는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슈퍼매치'가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결과는 1대 0으로 FC서울의 승리로 끝났다.
그런데 경기 결과보다 더 많은 관심을 모은 사건이 있었다. 경기가 열리기 직전, 한 수원 삼성의 팬이 같은 날 경기장을 찾았던 상대편 FC서울의 팬을 폭행했기 때문이다.
"점프 같이하려고 했을 뿐" 사과문을 본 변호사들의 반응은
피해자는 10대 학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 A씨는 이 학생의 몸을 들어 올린 뒤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주변엔 또 다른 수원 삼성 팬들이 있었지만, 쓰러진 피해자를 둘러싸고 응원가를 부르는 등 동조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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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사건은 팬들 간의 다툼을 넘어 구단과 K리그 전체 문제로까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그러자 A씨는 뒤늦게 해명에 나섰다. "피해자와 함께 점프를 하려다가 놓친 것"이라며 "폭행할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 같은 해명에 대해 변호사들은 어떻게 판단할까?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두 팀은 오랜 라이벌 사이인데, 경기를 앞두고 상대편을 응원하는 사람과 같이 즐기려 했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어렵다"고 짚었다.
무엇보다 당시 일부 수원 삼성 팬들이 피해자를 향해 "FC서울 유니폼을 벗어라"라고 요구했던 점 등으로 미루어 볼 때, 결코 우호적인 상황은 아니었을 거라는 것이다.
사건 직후 가해자 A씨와 어머니가 올린 자필 사과문. /수원 삼성 서포터즈 '프렌테 트리콜로' 공식 SNS 캡처
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도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영상만 봤을 때는 최소한 폭행은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A씨는 레슬링 기술을 쓰듯 사람을 들어 내리꽂은 상황"이라며 "사람이 크게 다칠 것을 예상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라고 지적했다. 이 정도라면 단순 폭행을 넘어서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히려는 고의가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고 했다.
박성현 변호사 역시 "상식적으로 사람을 들어 올려 아스팔트에 내리꽂으면 뇌진탕 등의 상해를 입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소한 사람이 다칠 수 있다는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 박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폭행 대신 상해죄가 적용되고 처벌 수위는 더 높아진다. 형법상 상해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되며(제257조), 폭행과 달리 피해자와 합의해도 처벌을 피할 수 없다.
법률 자문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 '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 / 로톡뉴스DB·로톡DB
피해자 고꾸라졌는데 환호한 사람들⋯'이 경우' 방조죄 성립
A씨가 피해자를 상대로 폭력을 행사할 때, 주변에서 이 행동을 방관한 사람들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안병찬 변호사는 "사건 당시에 주변 사람들이 '잘했다', '더 맞아야 해'라는 식으로 A씨를 부추겼다면 형법상 방조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드시 물리적으로 범행을 돕지 않았더라도, 범행을 결의할 수 있도록 정신적 방조를 했다면 함께 처벌된다는 취지였다.
박성현 변호사도 같은 의견이었다. 특히 박 변호사는 "A씨가 폭력을 행사할 당시, 주변 팬들이 피해자를 둘러싸고 있었던 점에서 범행을 도왔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범행을 거들었다는 점이 입증될 경우, 공동폭행 또는 공동상해죄도 적용될 수 있다고 박 변호사는 봤다.
A씨가 피해자의 몸을 들어 바닥으로 내리꽂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 /온라인커뮤니티 '에펨코리아' 캡처
진화 나선 수원 삼성 구단⋯"해당 팬 2년간 홈경기 출입제한"
한편, 한국프로축구연맹(연맹)은 "수원 삼성 구단의 책임과 상벌 규정에 따른 조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일 연맹 규정상 '관중 소요 사태'로 인정되면, 구단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연맹이 마련한 상벌 규정에 따르면, 관중 소요 사태 정도에 따라 구단 측은 ▲하부리그 강등 ▲10점 이상 승점 감점 ▲무(無)관중 홈경기 ▲500만원 이상 제재금 부과 등의 책임을 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듯, 수원 삼성 측도 특단의 대응에 나섰다. 21일, 수원 삼성은 공식 SNS를 통해 "A씨에게 2년간 홈경기 출입을 금지하겠다"면서 "건전한 응원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음은 구단이 올린 입장문 전문
수원삼성축구단은 슈퍼매치 때 발생한 불미스런 사고에 대해 피해자 및 피해자 가족과 K리그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 올립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어떠한 폭행도 용납, 옹호되어서는 안됩니다. 수원삼성은 이번을 계기로 보다 성숙하고 건전한 응원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구단은 이번 사건 가해자에 대해 향후 2년간 홈경기 출입을 정지시킬 방침입니다. 해당 소모임에 대해서는 엄중 경고하는 한편, 올시즌까지 홈경기 시 단체복 착용 및 배너 설치를 금지하도록 하겠습니다. 향후 구단은 폭행 사건 근절을 바라는 모든 수원 팬들을 대상으로 구단이 주최하는 '클린 서포터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다시 한 번 이번 일로 상처받은 모든 분들께 사죄의 말씀 올립니다.